중학교 땐 나름 수학 A만 받던 우등생이었다. 고1 3월 첫 모의고사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수능 수학쯤이야 가볍게 씹어 먹을 줄 알고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시험지가 배부되고 '시작' 소리와 함께 첫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4번 문제부터 갑작스러운 뇌정지가 왔고, 사각거리는 아날로그시계 소리가 심장을 터뜨릴 듯이 옥죄어 왔다.
분명 한글로 적혀 있는데 외계어처럼 보이는 괴물 같은 문제들 속에서 결국 손이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서둘러 시험지를 넘기는 소리에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시험이 끝나고 가채점을 시작한 순간 빨간 소나기가 내렸다. 30번까지 매기고 나니 선명하게 남은 점수는 단 '40점',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처참한 숫자가 눈앞에 있었다.
내 찬란했던 중학 시절 자존감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고, 독서실 구석에서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쓴 채 숨죽여 울었다.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눈물을 닦고 개념서의 첫 페이지를 다시 펼치며, 내 진짜 밑바닥부터 독하게 치고 올라가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수능 수학 기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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