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모의고사 안정적 1등급을 찍으며 세상 온갖 거만은 다 떨던 고3 시절. 경찰대 시험은 그냥 '수능 불수능 대비용 연습 게임'이라 생각하고 야심 차게 기출문제를 프린트했다.

독서실 총무 눈치 보일 정도로 거창하게 시험지 넘기는 소리를 내며 1교시 첫 페이지를 펼쳤다. 하지만 첫 문장을 읽는 순간, 한글인데도 뇌가 인식을 거부하는 기이한 현상이 시작됐다.

특히 영어는 토플을 넘어 대학 전공 서적에서나 볼 법한 괴랄한 어휘들이 사정없이 폭탄처럼 터져 나왔다. 사전을 통째로 씹어 먹어도 못 풀 것 같은 괴물 같은 문장들 사이에서 멘탈이 요동쳤다.

째깍거리는 시계 초침 소리는 심장 박동보다 빨라지는데, 겨우 대여섯 문제 풀었을 뿐이었다. 등에 식은땀이 쫙 흐르면서 '이건 인간이 풀라고 만든 게 아니다'라는 본능적인 공포가 엄습했다.

결국 채점하는 내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시험지는 빨간색 비가 내리다 못해 피바다로 초토화되었다. 수능 만점을 꿈꾸던 내 하찮은 오만함이 단 120분 만에 완벽하게 박살 나는 순간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수험생 커뮤니티에 '경찰대 기출 원래 이따구냐'며 징징대는 글을 올렸다. 겸손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뜨거운 참회와 함께, 조용히 구석에 처박아둔 수능 특강을 꺼내 들었다.

수능 수학 기출문제
100% 무료 다운로드

수능 수학 기출 무료 다운로드